황혼黃昏을 전별餞別하고
밤을 영접迎接할 때
저 깊은 삼림들은 작은 산새들로 하여금
황혼을 전별하기 위하여 거룩한 음악회를 열었다 합니다
그러길래 숲을 넘어가던 나의 어린 비둘기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직도 음악회의 구경이 끝나지 않은 게지요
황혼을 전별하고
밤을 영접할 때
늙은 산은 오랜 명상 끝에 찾아오는 잠으로 하여금
한 손으로 턱을 고인 채 고요히 눈을 감았읍니다
그럼으로 푸른 하늘의 한가한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저 구름들도
시방 잊었던 고국故國을 찾아가지 않습니까?
황혼을 전별하고
밤을 영접할 때
고요한 호수는 흰 물새들로 하여금 전별의 손수건을 삼았으며
흰 명주처럼 부드러운 안개로 하여금 밤이 오는 길을 닦아 놓았습니다
이윽고 저 호면湖面에서는 발길에 끌고 오는
찬란한 ‘밤’의 야회복夜會服이 안개에 스치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겠습니까?
황혼을 전별하고
밤을 영접할때
내 침실의 창문에는 이따금 황해를 건너온
밤바람이 속삭이는 ‘바다의 이야기가’ 치웁고
머언 하늘은 조용한 별들의 푸른 꿈을 지키고…
지금 삼림은 그 갸륵한 산새들의 보드라운 숨결을 지키겠습니다
황혼을 전별하고
밤을 영접할 때
미역 내음새 가득한 침실에 흰 촛불을 켜고 앉아
내 인생을 사색하는 거룩한 명상을 비롯할 때입니다
밤이여 이 정안靜安한 나의 일과가 끝날 때까지
당신은 언제까지나 보드라운 내 숨결을 지켜주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