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대신하여 초애草涯에게
병상에 지친 몸이 잠도 아니 오는 밤 창밖에 밤비 소리 조용히 깊어간다
비라도 흠조로니 맞아 보고 싶어서 난초를 아내 시켜 문밖에 내놓았소
창밖엔 오늘밤에도 바람이 지내나 봐, 갓난이 숨결같이 간간이 들리는 걸
밤 새워 황해를 건너온 저 바람이 어느 숲 잠자리를 찾아 저리 헤매는고?
닭은 몇 홰나 울어 옌지 모르지만 그늘진 창문이 동트듯 희어진다
잠 재러 온 아내도 시달려 쓰러진 뒤 쓰디쓴 술이라도 얼큰히 마셔볼까……
촛불을 껐다 켰다 이 한밤 새고 나니 흡사 한세상을 살고 난 듯 허퉁허이……
비 맞은 난초에는 봄이라도 어리었나 책장 위에 난초를 다시 놓고 바라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