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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4-09 11:17
흰 석고상石膏像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0,246  

­-젊은 니힐리스트 홍洪에게서 들은 꿈 이야기

 

사뭇 푸른 하늘 아래

멀리 트인 푸른 벌판을

나는 누구를 찾아 어디 헤매이는 것일까?

 

끝없이 헤매이다 다다른

소나무 대 수풀 다옥한

작은 언덕 아래 작은 마을은

혈맥이 정지한 듯 고요한 마을이었다

 

아무리 목 놓아 불러보아도

마을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고

멀리 흐르는 강물소리

멀리 흐르는 푸른 강물소리……

 

그 언제 한물이 지내갔는가?

죽은 듯 고요한 이 마을은

엄청난 전란을 겪었는가?

죽은 듯 고요한 이 마을은­

 

 

문득 어느 집 층층계를 무심코 오르다가

흰 장미처럼 발가벗은 여인이

햇볕이 드시게 흐르는 창 옆에

가로누워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당황하였다

 

꼬옥 다문 입술이랑 감은 눈이랑

아무 말이 없다.

고요하다

 

어디서 비롯하여 어디로 끝나는

눈 덮인 산맥보다 희고 고운 곡선이여……

가슴을 파헤치고 머리를 묻어도

볼에 볼을 문질러도 말이 없다

 

끝끝내 껴안은 채 흐느껴 흐느껴 목메이게 울다가

차디찬 석고상에 소스라쳐 나는 꿈을 깨었다.

 

시방 나는 안개 자욱한 거리를 헤매이며

다시 붙잡고 목 놓아 울어볼 사람을 찾노라

모두 움직이는 석고상인 것을……

모두 다 움직이는 석고상뿐인 것을 ……

 

오오

 

 

멀리 흐르는 강물소리……

역력히 들려오는 그 강물 소리……


<1946.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