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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8-14 14:58
영구차靈柩車의 역사歷史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9,415  

강물 같은 밤을

잉태한 촛불 아래

 

분향焚香이 끝난

다음,

 

영구차靈柩車는 다락 같은 말에 이끌려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흰 장미꽃으로 뒤덮인

관을 붙들고

놋날같은 눈물을 흘리며

목메어 우는 소녀를 보았다.

 

능금빛 노을이 삭은 하늘 아래

아아라한 산들도

입을 다물고 서 있는

황혼이었다.

 

영구차를 이끄는 백마白馬의 갈기가

바람에 나부끼는 것이

역력한 어둠발 속에

그 아리잠직한 소녀의 백랍白臘같은 손아귀에 잡힌

영구차의 흰 장미꽃은 뚜욱뚝 떨어졌다.

 

아득한 어둠 속으로

저승보다 아득한 어둠 속으로

영구차를 이끄는 말발굽 소리와

그 영구차에 매달려 끝내 흐느끼는 소녀의 울음소리에

나는 그만 소스라쳐 깨었다.

 

촛불을 켜놓고

나는 시방 그 어둠 속에 사라지던

영구차와 영구차에 매달려 흐느끼던

소녀를 생각한다.

 

<그것은 아버지의 영구차도 아니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영구차도 아니었다>

 

<그것은 이웃들의 영구차도 아니었다>

 

이 지옥 같은 어둠이 범람하는 <지구>라는 몹쓸 별에

내가 아직 숨을 타기도 전에

그러니까 아주 오랜 옛날

그 어느 별을 지나갔을 나의 외로운 영구차이었는지도 모른다.

 

촛불이 흔들이는 강물 같은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