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피잉 돌았다.
햇빛이 너무도 눈부신 오월 어느 날, 남산南山을 내려오던 내 시야視野에는 그 숱한 고층건물들도 보이지 않았다. 황량한 벌판만 같아보였다. 내 항상 사랑하던 한강漢江 물줄기도, 백운대白雲臺 산자락도 보이질 않았다.
다만
그 짙푸른 나뭇잎새와 나뭇잎새마다 부서지는 햇빛이 내 흐린 눈망울을 스쳐가고 그 햇빛 속에서 셈없이 울어 예는 휘파람새 소리가 흡사 꿈같이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꼬옥 한라산 어느 내리막 기슭인 것만 같은 그런 착각 속에 남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끝내
피잉 돌던 눈물은 사뭇 철철철 가슴 벽을 타고 흘러가고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 오고 있는 것을 나는 느꼈다.
문득 나는
지금 쯤 고향에서 태산목泰山木 꽃을 무심코 바라보던 아내의 눈에서도 어쩌면 눈물이 피잉 돌았을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서러울 것도 기쁠 것도 없는 나날의 무사無事를 축원하는 아내의 서투른 염불이 시작되었을 무렵, 우리들은 명동鳴動 어느 다방에서 커피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것은
일천구백육십구 년 오월 어느 날 오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