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인문사에서 첫 시집 촛불이 나왔습니다. 이 시집에는 당시 석정시인의 나이에 맞춰 33편이 수록되었습니다.
'오후의 명상'은 1934년 3월 중앙일보에 발표된 시입니다.>
오후의 명상
내 소박한 정원을 장식하는 어린 은행나무여
봄이 또 너에게 무엇을 준다 하여
고 갸륵한 손들을 차츰차츰 벌리기 시작하였느뇨?
오후에 내 너를 바라보며 네 옆에 앉아서 명상하는 것은
밤에 너와 소곤대는 별들의 푸른 이야기도 아니요
다만 너의 변할 줄 모르는 무심한 생활이어니
나의 어린 은행나무여
이윽고 너는 건강한 가을을 맞이하여
황금같이 노란 네 단조한 잎새들로 하여금
그 푸른 하늘에 시를 쓰는 일과日課를 잊지 않겠지…
여보 당신은 어서 그 좁은 주택을 떠나서
산새처럼 저 푸른 하늘을 날고 싶지 않소?
네가 쓰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나니
나의 젊은 시인 은행나무여
쭉지 부러진 내 마음의 작은 산새가 또 얼마나 퍼덕이겠니
오는 가을에는……
오는 가을에는……
오는 가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