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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1-17 10:59
오후의 명상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8,384  
<1939년 인문사에서 첫 시집 촛불이 나왔습니다. 이 시집에는 당시 석정시인의 나이에 맞춰 33편이 수록되었습니다.
  '오후의 명상'은 1934년 3월 중앙일보에 발표된 시입니다.>
 
 

오후의 명상

 

내 소박한 정원을 장식하는 어린 은행나무여

봄이 또 너에게 무엇을 준다 하여

고 갸륵한 손들을 차츰차츰 벌리기 시작하였느뇨?

 

오후에 내 너를 바라보며 네 옆에 앉아서 명상하는 것은

밤에 너와 소곤대는 별들의 푸른 이야기도 아니요

다만 너의 변할 줄 모르는 무심한 생활이어니

 

나의 어린 은행나무여

이윽고 너는 건강한 가을을 맞이하여

황금같이 노란 네 단조한 잎새들로 하여금

그 푸른 하늘에 시를 쓰는 일과日課를 잊지 않겠지…

 

여보 당신은 어서 그 좁은 주택을 떠나서

산새처럼 저 푸른 하늘을 날고 싶지 않소?

네가 쓰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나니

 

나의 젊은 시인 은행나무여

쭉지 부러진 내 마음의 작은 산새가 또 얼마나 퍼덕이겠니

오는 가을에는……

 

오는 가을에는……

오는 가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