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푸른 수레를 타고 바다 건너 머언 산맥을 넘어서 어느 삼림에 투숙投宿을 했다가는 기어코 언덕길을 돌아오리라고 한다
아침에도 나리꽃같이 흰 안개가 걷기 전부터 사람들은 언덕길에서 만날 때마다 푸른 봄이 오리라는 즐거운 이야기를 했건만 헤어질 때마다 전설같이 믿을 수 없는 제 자신들의 슬픈 이야기에 목메어 울었다
그 중 어떤 젊은 친구는 말하기를 봄은 지구에서 아주 자취를 감추었으리라고 단념을 하기도 하였다
또 어떤 친구는 말하기를 봄은 어느 아득한 성좌로 멀리 떠나버렸다고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봄은 어느 성좌에서 다시 오지 않나 하고 모조리 전설 같은 이야기를 부질없이 소곤대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옥같이 흰 백매白梅가 핀다기로서니 이미 계절이 떠나간 이 빈 지구에 봄이 온다는 이야기를 믿을 수야 있겠느냐고 제각기 만나는 대로 심장을 앓었다
푸른 계절을 잃어버린
이 몹쓸 지구에 서서
도시 봄을 부르는 자는 누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