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廷柱에게
흑석고개는 어늬 드메 산골인가
서울서도 한강漢江
한강 건너 산을 넘어가야 한다드고
좀착한 키에
얼굴이 까무잡잡하여
유달리 희게 들어나는 네 이빨이
오늘은 선연히 보이는구나
눈 오는 겨울밤
피비린내 나는 네 시를 읽으며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는 청년
그 청년이 바로 우리 고을에 있다
정주廷柱여
나 또한 흰 복사꽃 지듯 곱게 죽어갈 수도 없거늘
이 어둔 하늘을 무릅쓴 채
너와 같이 살으리라
나 또한 징글징글하게 살아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