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10-09 14:14
빙하氷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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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조회 : 9,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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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이 떨어진다 빗속에 동백꽃이 시나브로 떨어진다. 수水 평平 선線 너머로 꿈 많은 내 소년을 몰아가던 파도소리 파도소리 부서지는 해안에 동백꽃이 떨어진다 억만 년 지구와 주고받던 회화에도 태양은 지쳐 엷은 구름의 면사포面紗布를 썼는데 떠나자는 머언 뱃고동 소리와 뚝뚝 지는 동백꽃에도 뜨거운 눈물 지우던 나의 벅찬 청춘을 귀 대어 몇 번이고 소곤거려도 가고 오는 빛날 역사란 모두가 우리 상처 입은 옷자락을
갈갈이 스쳐갈 바람결이어 생활이 주고 간 화상火傷쯤이야 아예 서럽진 않아도 치밀어오는 뜨거운 가슴도 식고 한 가닥 남은 청춘마저 떠난다면 동백꽃 지듯 소리 없이 떠난다면 차라리 심장도 빙하氷河되어 남은 피 한 천년 녹아 철 철 철 흘리고 싶다 (19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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